서울을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

2022. 7. 30. 12:52조선, 개항기, 서울 역사, 지리

서울을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

서울을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
서울을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

원래 토착 문명이 한 번 부정당하고 외래 제국주의 열강에 의한 식민 권력이 새로운 통치체제를 만들고 다시 그것이 물러난 자리에 독립국가가, 근대국가가 만들어진 겁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사례에 해당합니다만, 그중에서 우리나라는 굉장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왜냐하면 굉장히 급속한 경제성장을 해서 OECD에까지 가입한 나라가 됐으니까요. 그러나 어쨌든 서로 상충하는, 우리도 그런 전통시대가 있고 그다음에 근대 초기 식민지시기의 아픔이 있고, 전쟁도 있고, 그다음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역사도 있고. 그래서 이런 서로 다른 시간 지층이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 공존하고 있는데, 이런 기억들을 어떻게 잘 아우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우리에게 지금 주어진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간적으로 들여다보는 서울 역사

그 역사를 공간적으로 들여다보면 1914년에 경성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리고 1936년에 대경성이라는 시까지 확장되었을 때, 그리고 1963년에 지금의 강남, 그 당시 남서울을 포함한 대서울이 만들어졌을 때, 그리고 80년대 이후에 서울이 국제 도시화되고 세계 도시화되고 초거 대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신도시, 위성도시 수도권 일대로 영역이 확장되었을 때. 이런 것들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시간지층이 그 안에 공존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단순히 각 공간별로 서로 다른 시간의 두께나 깊이를 갖고 있다는 차원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죠. 그 안에 존재하는 굉장히 다양한, 말씀드리자면 국가의 공식적인 역사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한 지역민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어떻게 그 지역의 정체성으로 새롭게 만들어낼 건가 하는 고민이 앞으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될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억은 개별적

유명한 비평가 수잔 손택(Susan Sontag)이 말했듯이 모든 기억은 원래 다 개별적인 것이죠. collective memory, 집단기억이라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기억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합의입니다. 서로 다른 과거에 대한 생각들이 있을 때 어떤 공동체에서 합의된 이야기로 그걸 만들어내는 것이고, 결국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생각할 역사가 되어야 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과거의 체험이라는 것이 위로부터 주어진 확고한 역사 서술에 의해서 집단 정체성을 보증한다기보다는 각기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재현된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하나의 목소리로 모아낼 것인가? 이런 질문을 해야 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역사도시 서울의 과제

사실 서울을 박물관이나 기념비, 위로부터의 기억이 그동안 서울의 역사를, 그런 공식적 기억이 서울의 역사에 대한 주된 서술 방법이 그동안 되어 왔다면, 그동안 제도화되지 못했던 다양한 아래로부터의 기억, 그건 굉장히 다양한 복수의 기억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비공식적인 기억이 어떻게 좀 더 활성화될 것인가? 그래서 공식적 기억과 비공식적 기억이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는 굉장히 상충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어우러 낼 것인가가 서울이라는 역사도시의 역사 서술 혹은 집단기억을 어떻게 좀 더 민주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과제라고 생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