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30. 22:42ㆍ조선, 개항기, 서울 역사, 지리
서울의 역사적 의미와 해외 사례
서울이라는 도시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같이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라는 것이 그런 의미에서 인간에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래서 역사를 어떻게 서술하고 우리가 어떻게 역사를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가 우리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를 바라보게 되면, 예를 들면 지난 1세기 남짓한 근현대 시기의 변화만 들여다보더라도 서울은 어마어마한 역사를 경험했죠. 정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널뛰기 역사를 경험했다고 할 수도 있을 거고요. 식민화, 전쟁, 이런 아주 참혹한 수탈과 폐허의 역사 위에 불과 반세기 만에 초고속 성장의 어마어마한 금자탑을 세운 역사라고 볼 수 있죠. 한강의 기적이라고 우리가 표현하는 서울의 역사 속에서요. 그래서 한편으로 보면 정말 기적적인 어마어마한 성장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성장에 필요한 거라면 뭐든지 불가사리처럼 다 집어삼키는 괴물처럼 성장해온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도시 전체가 정말 상전벽해의 대변화를 겪었던 한강의 기적만큼이나 우리가 겪은 역사와 기억에 대한 서울 사람들에 따라서 감수성도 아주 급격한 변화가 있고 편차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강의 기적을 좋게 볼 것인가 나쁘게 볼 것인가 혹은 한강의 기적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볼 것인가를 둘러싸고, 예를 들면 그 과정에서 식민지 지배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전쟁 6·25라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그 이후에 벌어졌던 많은 정치적인 갈등과 대립, 모순, 상호 서로 간에 폭력을 주고받으면서 남았던 식민적 트라우마, 이런 상처들을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공유할 수 있는 분모를 만들 것인가? 이런 부분들이 정말 서울의 20세기 역사만 돌이켜 보더라도 굉장히 쉽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2000년 동안 서울의 역사층
시간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가 생각해보면, 앞서 2000년 사 얘기를 했는데요. 2000년 역사도시 안에 얼마나 많은 서로 다른 역사층들이 들어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사실 서울 600년 사 혹은 2000년 사를 백제 왕성, 고려의 남경, 한성 서울의 조선시대 한성부. 이런 역사로 일반적으로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그야말로 그냥 공식적인 역사죠. 그러나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는 그것만으로는 환원이 안 되죠. 얼마나 다채로운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그 속에 숨어 있겠습니까? 그래서 600년 혹은 2000년이라는 역사도시의 공간 속에 들어있는 시간 지층에 얼마나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있을까의 문제는 훨씬 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탐구해야 될 주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대로 따지면 그래서 우리가 600년, 2000년 이런 역사에 비교해봤을 때 한국이 경험한 근현대사, 길게 잡아도 1876년 개항 이후의 역사이고, 서울에 외국인들이 들어온 역사부터 치면 1882년부터 잡아야 되니까 더 짧아집니다.
세계 근현대사
불과 150년도 안 된 역사지만 개항 이후에 근현대사는 몇 백 년, 몇 천 년의 그 이전 역사보다도 사실 우리 삶에는 훨씬 더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시기이기도 하죠. 아까 말씀드린 그 시기에 개항이라는 새로운 문물의 도입, 그리고 식민지라는 외래 민족에 의한 강압적 통치의 경험, 그리고 분산과 전면적인 전쟁이라는 참혹한 경험. 이런 것들이 그 안에 다 들어있기 때문에 서로 간에 상충하는 기억들, 갈등의 상처들을 어떻게 하나의 공유할 수 있는 기억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서울이라는 공동체를 우리가 만드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미래의 과제라고 말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예를 들면 남미의 멕시코에 가보시면 멕시코시티에 틀 라텔 롤코 광장이 있습니다. 이른바 삼 문화 광장, '3개의 문화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곳이다.' 이런 의미인데요. 고대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인 틀라텔롤코가 있었고, 그게 아스테카의 수도였는데요. 멕시코를 스페인 사람들이 와서 점령을 하죠. 그리고 아즈텍 유적지에 원래 있었던 피라미드를 부수고 부순 피라미드 자재를 활용해서 산티아고 성당을 짓습니다. 완전히 서구풍으로 짓죠. 그리고 식민지 시기를 약 300여 년 거쳐서 독립국으로 멕시코가 재탄생되면서 근대 멕시코의 역사가 시작되는데, 멕시코는 이미 스페인에 정복당한 이후에 멕시코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구의 한 60%가 메스티소죠. 다시 말해서 스페인 사람들과 원주민들의 혼혈 후손들입니다. 그런 고대 아즈테 토착 문명과 외래 스페인에서 가져온, 스페인 사람들이 들여온 새로운 문명 그리고 현대에 그것이 융합되면서 만들어진 멕시코라는 국민국가의 새로운 역사. 이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시간 지층. 굉장히 어떻게 보면 폭력적으로 상충하는 역사인데요. 이것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죠. 이런 경험은 사실 20세기 1,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식민지에서 독립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신생 독립국가들, 우리가 흔히 제3세계라고 부르는 국가들은 공유하고 있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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